양순열(Yang Soon-yeal)은 회화, 조각, 설치, 퍼포먼스, 미디어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작업하는 컨템포러리아티스트로, 인간과 사물, 자연이 분리되지 않은 관계적 존재로서 어떻게 감각되고 인식되는지를 오랜 시간 탐구해 왔다.
그녀의 작업은 존재를 고정된 실체가 아닌, 끊임없이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과정으로 이해하며, 동양사상에 내재된 순환과 상호의존, 그리고 우주적 생명 질서에 대한 사유로 확장된다.
양순열은 겸재 정선의 실경적 자연관에 공명하며, 10여 년간 산천과 자연을 사생해 온 경험을 통해 붓의 호흡과 여백, 반복의 감각을 몸으로 축적했다. 이 동양화적 훈련은 이후에도 선과 리듬, 공간을 다루는 작가의 조형 언어로 지속되고 있다.
초기의 〈호모사피엔스(Homo Sapiens)〉 연작은 인간내면의 비가시적인 다양성을 내포하고 있으며, 〈드림(Dream)〉은 보이지 않는 내일을 향해 바라는 꿈, 희망으로 삶을 움직이게 하는 에너지 원을 시각구조로 만든 회화이다.
양순열은 인간을 개별적이고 고립된 주체가 아닌, 감각과 기억, 무의식이 중첩된 존재로, 인간을 자연과 시간 더 나아가 우주적 질서 속에 존재토록 사유해왔다. 이후에 전개되는 작업 세계의 철학적 토대를 형성한다.
작가의 작업을 관통하는 개념은 확장된 모성(expanded motherhood) 이다. 이는 생물학적 모성을 넘어, 만물을 품고 길러내는 생성의 원리이자 관계의 윤리로 이해된다. 대표 연작인 〈오똑이(Ottogi)〉는 흔들림속에서 늘 중심을 잡는 반복하는 형상을 통해 이러한 모성적 세계관을 시각화하며, 음과 양, 생성과 소멸이 순환하는 동양적 질서를 드러낸다. 이 형상은 인간 존재의취약함을 드러내는 동시에, 그 안에 내재된 회복과 지속의 힘을 상징한다.
오늘날 AI와 로봇이라는 시대적 전환 속에서 양순열 작가의 예술은 효율과 속도가 지배하는 세계속에서 모성근본, 감각, 관계, 돌봄이라는 인간 고유의 가치를 환기하며, 인간이 어떻게 세계와 공존하고 관계 맺을 수 있는지를 사유하게 하는 철학의 장을 형성한다.